하반기 정부 경제정책 방향 물가안정세에도 수급만 초점 할당관세 확대기조 유지방침 숙련인력 비자쿼터 추가확대 IPEF 관련 국내절차도 추진
농축산물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올 하반기에도 농축산물 비축·수입 등 여전히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놔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수산물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0.04% 떨어졌다.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5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양상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다.
농축산물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황이지만 정부는 농축산물 관세 인하 등을 통한 생활물가 안정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는 4일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 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 체질 개선 ▲미래 대비 기반 확충 등 4가지 정책방향에 중점을 두고 범부처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분야 정책은 물가·생계비 부담 경감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축·계약재배 및 할당관세 확대 등을 통해 수급 안정 조치를 지속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입 농축산물로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 방침에 농업계는 줄곧 반대 의사를 내비쳤지만, 정부는 하반기에도 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구실로 지난해부터 돼지고기·닭고기·양파·생강·건고추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할당관세 0%를 적용하고 있다.
비축 대상 품목은 배추(1만7000t)·무(6000t)·감자(9000t) 등이다. 비축량은 전년 대비 각 45.3%·200%·70% 늘리는 등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보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계약재배 품목은 여름배추(5만5000t)·여름무(5만t)·시설채소(1만5000t)·사과(5만5000t)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6∼9월 1만5000t에 대해 할당관세가 운영되고 있으며, 닭고기도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3만t에 대해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양파의 경우 공급 부족이 예상될 경우 수입조치를 검토한다.
정부는 국제 공급망 불안에 취약한 감자 등의 수입 대상국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미국 신규 11개 주(州)와 이집트·페루·인도 등 기존 금지국(주)에서 생산하는 감자에 대해 수입 허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특별한 돌발 요인이 없다면 하반기에도 물가는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8월 태풍이나 폭염 등으로 농산물 수급에 일부 애로가 나타날 수 있고 9월말에는 추석 때문에 일시적인 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응해 농축산물 관세 인하 등을 통해 서민 생활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이민정책과 비자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우선 범정부 외국인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정책 개편방안을 연내 마련한다. 또 올 하반기 고숙련인력(E-7-4) 비자쿼터를 추가 확대하고, 내년도 저숙련인력(E-9) 비자쿼터 확대를 검토한다.
지역특화비자는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 분석을 토대로 사업 대상 지역을 확대한다. 지역특화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는 외국인이나 지자체 내 동포 가족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와 취업을 조건으로 거주(F-2)·재외동포(F-4) 비자를 우선 발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28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후속 개선 협상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한·걸프협력회의(GCC) FTA 등 현재 추진 중인 협상의 진전을 이끌고 몽골·조지아와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를 추진한다. 중국·인도·칠레·영국 등과 FTA 후속 개선 협상에도 속도를 낸다.
5월 타결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분야의 후속 국내 절차 등도 추진한다.
<농민신문 7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