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던 닭고기자조금과 낮은 거출률로 사업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란자조금이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진행된 2023년도 닭고기자조금 제1차 관리위원회(4월 26일)와 계란자조금 제1차 대의원회(4월 20일)에선 해당 자조금 회생을 위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재거출에 합의한 닭고기자조금은 주요 계열사 농가들이 거출을 개시했고, 50%가 채 되지 않는 낮은 거출률을 보이는 계란자조금은 납부방식 변경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만 닭고기·계란 자조금 정상화를 위해선 다른 축종과 달리 그동안의 거출률이 낮아 지원되지 않았던 정부 보조금(자조금 매칭) 지급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 농가 다수 납입 시작…1~3월 ‘2억5690여만원’ 걷혀
연말까지 납부율 90% 이상 땐 2013~2022년 미납금 변제
닭고기자조금관리위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 1~3월 자조금 납입액은 2억5690여만원에 이른다. 닭고기산업의 경우 육계업체와 농가 간 계열화돼 있는 가운데 계열사 농가 다수가 거출을 시작했다. 2월까지 국내 10대 계열사 농가 중 8개 계열사 농가에서 납부가 이뤄졌다. 또 26일 관리위에선 2월까지만 해도 참여하지 않았던 C사 농가들이 2~3월 도계 물량부터, S사 농가들 역시 3월부터 거출이 이뤄져 조만간 납부 실적이 잡힐 것이라고 전해졌다.
다만 중소영세업체 계열 농가는 아직 거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 자조금 사무국에선 이들 농가에도 지속해 자조금 조성 필요성 등을 알리며 거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날 관리위에선 닭고기자조금 계열사 미납금 변제 기준 및 대상도 논의됐다. 3개 안이 올라온 가운데 논의 결과 ‘올해 연말까지 닭고기의무자조금 납부율 90% 이상인 계열사 농가’에 한해 2013~2022년 계열사 미납금 변제를 추진토록 대의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조건택 닭고기자조금 위원장은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힘든 시기도 보내왔다. 그걸 견디고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농가 관심과 계열사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제 새로이 출발하는 닭고기자조금이 육계산업 근간이 되고 농가들이 자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지, 협조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7월부터 수납기관에 위탁 통해 자조금 거출률 90% 이상 목표 금액은 산란계 마리당 80원 사무국 충북 오송 이전도 결정
자조금 거출률이 50%를 밑돌고 있는 계란자조금의 경우 ‘거출 방식 변경’이란 카드를 빼 들었다. 계란자조금 대의원회에선 계란자조금 의무 거출금 수납을 위탁하기로 했다. 농가에서 직접 거출하는 방식을 수납기관에 위탁, 자조금 거출률을 9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취지다.
거출금 수납기관은 정우식품(주), (주)신우에프에스, (주)들녘, (주)코리아더커드, 주식회사 싱그린에프에스, 현대씨엔에프주식회사, (주)한려식품, 한라육계영농조합 등이다. 계란자조금은 7월 1일부터 새롭게 변경된 방식으로 자조금을 거출할 예정이며, 거출금액은 산란계 마리당 80원으로 종전과 동일하다.
대의원회에선 계란자조금 사무국도 이전키로 했다. 대의원 투표 결과 이전 찬성 19명, 이전 반대 8명으로 나와, 충북 청주시 오송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이미 오송에 둥지를 튼 대한산란계협회와의 협업과 업무 효율 증대로 거출률을 향상시키고 인접한 농림축산식품부와의 원활한 행정 업무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김양길 계란자조금 위원장은 “계란자조금 거출률을 높여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며 계란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 우리 업이 번창하도록 자조금 조성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가져달라”고 밝혔다.
최근 2~3년 정부 보조금 지급 안돼…정상화 위해 내년엔 뒷받침되길
닭고기·계란 자조금은 다른 축산자조금과 달리 최근 2~3년 동안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자조금 사업시행지침에 의거, 정부보조금 매칭기준은 의무거출금 거출률이 50% 이상 돼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자조금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는 것과 맞물려 신속한 정부 보조금 지급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우·한돈과 달리 자조금 조성 규모가 작지만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로 중요성은 이에 못지않은 닭고기·계란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정부 보조금이 어느 분야보다 필요한 게 닭고기·계란 자조금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자조금 정상화를 위한 노를 젓는 올해, 늦어도 자조금 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내년 사업 예산엔 정부 보조금이 뒷받침되길 바라고 있다.
가금업계 한 관계자는 “닭고기와 계란은 대표적인 국민 필수 먹거리지만 늘어나는 수입산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문제 등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당 산업의 중요성이 크고 이제 다시 첫발을 떼는 것과 같은 닭고기·계란 자조금이기에 이에 따른 정부 관심과 보조금 지급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어민신문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