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주춤한 가운데 비축 물량과 수입 계란 방출로 계란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농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육계 농장에서 지난달 12일 발생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발병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산란계 농가에서도 지난달 7일 경기도 고양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질병 발생이 잦아든 상태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과 미국에서는 고병원성 AI 창궐로 계란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47개 주에서 6000만 마리 이상의 닭이 고병원성 AI 감염으로 살처분돼 일부 주에서는 계란 1개당 가격이 839원까지 치솟았다.
방역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1억3000만 마리의 산란계 중 10%가 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고병원성 AI가 창궐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산란계 농가의 생존을 건 방역 관리와 정부의 우수한 케이(K)-방역으로 계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계란 수급이 안정적인 상황 속에 정부가 수매 물량과 수입 계란을 방출하면서 계란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비축물량을 시중 가격보다 개당 30~35원 낮게 출하하기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계란 한 판(30개)의 산지가격은 지난 8일 기준 4280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5083원보다 15.8% 하락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정부의 계란 유통 문란행위에 대한 단속 소홀로 계란 한 판(30개)당 750원의 후장기(사후할인 정산방식)가 발생해 생산자는 특란 1개당 118원, 소란 1개당 51원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산란계협회가 산출한 계란 한 개당 생산원가 172원과 비교하면 특란은 생산원가의 68%, 소란은 30%에 불과한 가격이다.
대구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는 “이번 계란 가격 폭락 사태는 공무원의 무책임함과 생산자와 소통을 거부한 안하무인 태도가 빚은 인재”라며 “유통질서 문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무원과 계란 비축 권한을 악용한 업체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란계협회에서는 정책 성패에 따른 신상필벌과 함께 가격 폭락으로 피해를 입은 생산자들에 대한 구제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안두영 산란계협회장은 “성공한 AI 방역과 실패한 계란 가격 정책은 정책담당자의 역량과 태도에 따라 그 정책의 성패와 생산자의 생존이 좌우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정부는 잘못된 점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결과에 따른 신상필벌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수축산신문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