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푸드(K-Food·한국음식) 인기로 농식품 수출이 주목받는 가운데 신선농산물 수출을 확대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농식품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라면·커피 등 가공품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수출에 따른 농가 실익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88억2700만달러다. 케이푸드 인기에 힘입어 2020년(75억6400만달러)보다 16.6%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 농식품 가운데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83.5%에 달한다. 혼합조제식료품(18.9%), 궐련(12.9%), 면류(12.1%), 과자류(8%)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1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2023년 제1차 미래농협 포럼’에서 정대희 농경연 전문연구원은 “혼합조제식료품·면류·궐련·기타음료·커피조제품은 2013년부터 수출 상위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김치와 곡물발효주를 제외하면 상위 10위권에 국내 농업 생산과 연계성이 높은 농산물은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24년부터는 농산물 수출에 지원하는 물류비가 폐지될 예정이어서 신선농산물 수출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신선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인프라와 콘텐츠를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의 고소득층을 공략하는 ‘하이엔드’ 전략이 하나의 방편으로 꼽힌다. 정 전문연구원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낮지만, 상위 10% 이내의 GDP를 보면 우리보다 높은 국가들이 있다”며 “분석 결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한국 농식품에 긍정적인 반응이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실제 상대적으로 고가로 분류되는 인삼 조제품 수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17.5%, <샤인머스캣>은 36.7%로 외국 현지에서 선호가 늘고 있다. 닭고기(연평균 성장률 11.5%), 돼지고기(〃 21.4%)는 각각 베트남과 홍콩에서 인기다.
신선농산물 수출을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도 하나의 과제로 꼽힌다. 특히 산지 농산물을 신속하게 수집·유통할 수 있는 농협의 역할을 강화해달라는 주문이 많다. 파프리카를 수출하는 신형민 농업회사법인 코파 대표는 “신선농산물은 대부분 국내에서 소포장해서 내보내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상품 구색이 다양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며 “포장하지 않은 채로 수출해 농협이 현지에서 소분한 후 꾸러미 형태로 재가공해 판매해달라”고 제언했다.
최성환 부경원예농협 조합장도 “쿠팡은 부산항과 인접한 곳에 축구장 30개 크기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해 농산물 등을 국내외시장으로 빠르게 공급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더 커질 동남아시아 농산물시장을 공략하려면 농협도 공항·항만을 끼고 있는 곳에 물류기지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인기인 ‘K-열풍’을 농식품 수출에 잘 접목하고 있는지 재점검할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성백상 NH농협무역 식품수출부장은 “외국에서 진행하는 우리 농식품 판촉행사는 매번 같은 장소에서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며 “동남아시아에선 물건에 ‘K’만 붙이면 팔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이 열풍에 농식품이 제대로 편승하고 있는지 전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고복남 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장도 “동남아시아에서 고가 농식품은 일본산, 중저가는 한국산, 저가는 중국산으로 고착됐는데, 이를 뛰어넘을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민신문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