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설 명절 이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급불균형 우려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한우, 설 이후에도 하락세 여전

설 명절 전 한우 전국도매가격은 평균 1만3000원 대로 최근 5년 사이 최저가를 기록했다.

명절 연휴 후인 지난달 25일과 26일에도 한우 전국도매평균 가격은 1만5000원대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연말과 비교해도 3.6% 낮은 가격으로 한우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가격하락세가 전문가 집단이 예상한 것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은 올해 한우 전체 평균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1분기 한우 도매가격을 kg당 1만7500원에서 1만8500원으로 전망했다. 이와 비교하면 실제 한우도매가격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통현장에서는 이번 설 대목에 한우 수요가 평년보다 적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유통전문가는 “식당에서 연휴기간 구이 손님 준비 수요가 소폭 있었지만 크지 않았고 예년 설 명절 수요 대비 올해는 전반적으로 수요가 약했다”며 “명절 연휴기간 가정소비용으로 불고기와 국거리 판매가 늘어났지만 한우가격 하락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한우 사육마릿수 증가로 인한 한우 도축마릿수 증가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농경연은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누적된 입식 마릿수 증가로 지난해보다 0.6%, 평년보다 10.3% 증가한 357만4000마리로 전망했다.

그러나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농가들의 번식의향은 줄어들고 있어 1세 미만 한우 사육마릿수는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99만9000마리로 예상됐다.

도축마릿수는 사육마릿수 증가로 내년까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가 더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들이 팽배해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정경제가 어려워지면 외식소비가 가장 먼저 줄어드는 만큼 외식 수요가 높은 한우소비가 더욱 감소할 수 있어 한우가격 회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돼지, 연초부터 ASF 잇따라

경기 포천, 강원 철원에 이어 지난달 22일 김포시에 위치한 돼지 2500여 마리 사육농장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함에 따라 양돈업계는 연초부터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돼지 도매가격은 설 명절 이전인 지난달 9~13일 주간평균 kg당(제주제외) 5025원, 지난달 16~20일 주간 4513원, 설 명절 이후인 지난달 25일과 26일 각각 4289원, 4399원을 기록한 가운데 농경연에 따르면 돼지고기 수급전망은 사육마릿수의 경우 다음달 1115만 마리, 6월 1114만 마리로 지난해 대비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돼지고기 수입량도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하락과 주요 수출국 수출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보다 0.9% 감소한 연간 43만8000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 계란·닭고기 가격 하락세 예상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계란 생산량 증가와 닭고기 주문량이 원활하지 않아 당분간 계란과 닭고기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계란 가격은 산란계 사육마릿수 증가로 올봄까지 계란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어 하향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6~8월 병아리분양 마릿수는 5258만5000마리로 전년대비 8.45% 증가할 정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올봄까지 전체 계란 생산 가담 마릿수 증가로 계란 가격 폭락이 예상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특란 한판(30개) 산지가격은 4493원으로 지난해 12월 5070원보다 12%가량 하락했다.

대한산란계협회에서도 계란 가격 폭락이 예상되자 농가들에게 산란계 사육 규모를 15% 정도 줄여 줄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로 인한 살처분 마릿수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육계나 종계를 사육하던 농장에서 유정란으로 업종을 변경해 생산 가담 마릿수가 늘어난 것도 한몫 차지하고 있다”면서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까지 겹쳐 당분간 계란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2일 기준 전체 가금 살처분 마릿수는 587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0만 마리보다 19% 감소해 고병원성 AI로 인한 피해는 덜 받고 있다.

또한 살처분 범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이전과 같은 대량 살처분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고병원성 AI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 원유 생산량 감소세 지속

올해도 원유 생산량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음용유 기본가격은 996원, 가공유 기본가격은 800원이 적용됐지만 높아진 생산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원유가격만으로는 생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사육을 포기하려는 농가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사육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3% 감소한 37만8600마리 내외로 내다봤다. 사육마릿수는 감소했지만 마리당 산유량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7% 감소한 194만5000톤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감소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소규모 농가들의 폐업이 지속되고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규모화와 전업화가 진행돼 전체 사육마릿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한 낙농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착유해 우유를 팔아도 경영비를 제외하고 나면 손에 남는 건 없다”면서 “낙농제도가 개선됐지만 현장에선 체감할 정도로 나아진 게 없어 앞으로도 농장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수축산신문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