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축산물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 수입량은 1084만3135t으로 전년(1046만5807t)보다 약 3.7%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축산물은 185만124t이 들어와 전년 161만5180t에 견줘 무려 14.5%나 급증했다. 최근 5년 평균 증가율(2.6%)에 비해 약 5배 이상(11.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축산물 중 수입 상위 품목은 돼지고기·쇠고기·닭고기·자연치즈·혼합분유 순이다. 닭고기가 54%, 돼지고기가 25.9% 늘었다.
예상했던 결과다. 지난해 정부에서 밥상 물가를 잡는다며 외국산 농축산물을 마구잡이로 들여온 탓이 크다. 우선 관세를 0%로 하는 할당관세를 적용한 품목은 나열하기에도 숨이 차다. 1월 달걀을 시작으로 6월 돼지고기, 7월 쇠고기·닭고기·대파, 10월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이다. 파인애플은 관세 0% 적용 후 10월과 12월 수입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 7.1% 증가했다. 이뿐 아니다. 관세를 낮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늘린 품목도 마늘·양파·참깨·대두 등 그야말로 줄줄이다. 이러니 농축산물 수입물량이 대거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외국산 농산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사이 우리 농가의 어려움은 한계점에 달했다. 그러잖아도 치솟은 사료비와 인건비 등으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니 분통이 터졌다. 오죽하면 농사를 제쳐두고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길거리로 몰려나왔겠는가.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한우농가까지 생겨났다.
정부는 돼지고기값이 오르면 돼지고기를 수입하고, 마늘값이 오르면 마늘을 수입한다. 물가대책이 ‘참 쉽고 간단하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툭하면 외국산 수입 카드를 꺼내드는 행태를 더이상 반복해선 안된다. 이는 당장은 조금이나마 소비자물가를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산 농축산물 자급률 하락과 소비 둔화를 부를 게 뻔하다. 매번 희생만 강요당하는 농가는 생산 의욕을 잃고 농사를 접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 농축산물의 생산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다.
수입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땜질식 처방을 멈추고 국산 농축산물의 안정적 생산·수급 조절체계 구축과 유통 개선에 힘을 쏟는 게 마땅하다.
<농민신문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