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성수품 물가안정책 발표
농축산물 8개 등 공급 확대
할인쿠폰 지원 300억원 투입


정부가 배추·무·돼지고기 등 16대 설 성수품의 가격을 지난해보다 낮게 유지한다. 공급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리고,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도 설 명절 최대 규모인 300억원을 투입하면서다.

정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설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성수품 물가안정 ▲민생부담 경감 ▲생활편의 제공 ▲안전대응 강화 등 크게 4가지다. 특히 성수품 물가안정과 관련해선 농축산물 8개, 임산물 2개, 수산물 6개 등 16개 주요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 설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1월 이른 설에 맞춰 명절 성수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배추·무·사과·배 등 농산물 공급량을 평시 대비 2.2배,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 등 축산물은 1.3배, 임산물 2.3배 늘린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달걀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선란 비축분을 방출하고 국영무역 등을 추진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12월 23일 스페인산 신선달걀 121만개를 시범 수입해 대형마트·식재료업체 등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국내 사육기반 조기 회복을 위해 병아리 수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폭도 확대한다. 구입 가격에서 20∼30% 깎아주는 행사 한도를 1인당 1만원(전통시장은 2만∼4만원)에서 1인당 2만원(전통시장은 3만∼4만원)으로 상향한다. 성수품 위주로 유통업체 자체 할인행사도 병행하도록 해 체감 물가를 낮춘다.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 구매 때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현장에서 환급(1인당 2만원 한도)하는 간편환급 시스템도 시범 도입한다. 17개 시·도에서 선정한 전통시장이 대상이다. 이밖에 제로페이 할인지원 가맹 전통시장을 농축산물 기준 지난해 추석 때 588개에서 올 설에는 620개로 확대한다.

농식품부도 이날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설 성수기 장바구니 물가 안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 설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만에 자유롭게 맞이하는 명절인 만큼 귀성인구와 성수품·선물꾸러미 수요가 늘 것이란 생각에서다.

실제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12월8∼15일 시행한 설 성수품 구매의향 조사애 때르면 올해 설 귀성 의향은 43.8%로 지난해 추석(44.8%)과 견줘서는 1%포인트 내렸지만 지난해 설(34.9%)보다는 8.9%포인트 올랐다.

실속형 선물세트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설 성수품 구매 예산으로 ‘20만∼30만원’을 선택한 응답자는 29.1%로 지난 추석(29.8%)·설(29.2%)보다 줄어든 반면, ‘10만∼20만원’ 응답자는 35.8%로 지난해 추석(34.7%)·설(34.3%)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설 성수기 농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설 3주 전인 2일부터 정부 비축,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늘려 10대 성수품(농축산물 8개 품목, 임산물 2개 품목)을 평시 대비 1.5배 확대한다. 선물세트 수요가 집중되는 설 전 2주 차에 전체 공급량의 40.6%(5만7000t)을 집중 투입하고 설 전 3주차에 31.5%(4만4000t), 설 전 1주차에 27.9%(3만9000t) 등 시기별로 나눠 배정한다.

농식품부는 또한 5~25일 개최하는 ‘농축산물 할인대전’에 관련 예산을 평시(90억원)보다 많은 161억원을 투입한다. 행사기간 동안 10대 성수품에다 양파·깐마늘·상추·오이·청양고추·딸기 등 6개 품목을 20%(전통시장 30%) 할인한다. 6개 품목은 정부가 정한 물가부담 경감 대상 품목으로, 11일까지 지원된다. 12일 이후 품목은 나중에 정한다. 할인대전 행사에 참여하는 지역농협 수를 지난해 700여곳에서 2200여곳으로 크게 늘린다.

농식품부는 아울러 농·축협, 산림조합과 한우·한돈 자조금 등 생산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할인행사도 추진한다. 특히 농·축협은 7∼21일 하나로마트·농협몰을 통해 사과 1만 상자, 배 1만 상자, 사과·배 혼합 4만 상자 등 모두 6만 상자 규모의 실속 선물세트를 시중가격 대비 10~30%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

이밖에 농식품부는 설 차례상 차림비용과 선물세트 구매비용을조사한결과 등을 농산물유통정보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시로 제공하고, 원산지, 축산물 이력관리 등 부정유통 특별 단속을 2∼21일 시행한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설 3주 전인 2일부터 ‘수급안정 대책반’을 구성 운영했고 품목별 공급상황과 가격 동향 등을 매일 점검해 장애요인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성수품 수급과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 명절 먹거리 전반의 물가 안정을 위해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가공식품 제조업계, 외식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민신문 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