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방역의식 다시 죄자]

전남, 12월들어 거의 매일 검출

4개 시·군 ‘예방적 살처분’ 확대

오리농장 사육시설 열악 ‘위험’

산란계 확산 땐 달걀값도 불안

계열화사업자 책임 강화 ‘고삐’
 

‘전남과 오리.’

연말로 접어들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양상이 위의 2개 키워드로 수렴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월19일∼12월12일 55일간 가금농장 AI는 전국적으로 42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전남지역에서만 19건(45%)이 나타났다. 11월30일까지 최다 발생지역인 충북(9건)을 누르고 압도적 1위다. 전남지역 시·군으론 나주 6건, 영암·무안 각 4건, 함평 2건, 곡성·장흥·고흥 각 1건 등이다.

11월까지만 해도 발생건수가 장흥·나주(3건)·고흥 등 3개 시·군 5건에 불과했지만 12월2일 이후 12일까지 하루(7일)를 제외하고 매일 검출됐다. 이 기간 다른 지역에선 전북 고창 육용오리 농장 1곳을 제외하곤 발생이 전무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역이 전남으로 대표된다면, 축종은 오리가 크게 앞선다. 육용오리 17건, 종오리 7건 등 24건이 오리에서 발생했다. 닭은 16건(산란계 11건, 육계·종계 5건)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이밖에 메추리·관상조가 각 1건이다.

이같은 특징은 방역당국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정황근·농식품부 장관)는 11일 무안·함평지역에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500m 내 가금 전체 축종 및 오리에서 발생 시 500m∼2㎞ 내 오리 추가 살처분’으로 확대했다.

즉 AI 발생농장 500m 이내 가금류는 전부 살처분하고, 특히 오리에서 발생했다면 500m 밖 2㎞ 이내 또 다른 오리 농장도 추가로 살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적용 기간은 24일까지 2주간이다.

중수본은 앞서 5일 나주·영암지역에도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내용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확대된 곳은 나주·영암·무안·함평 등 전남 4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방역당국이 한층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는 건 전남지역 가금농장간 수평전파를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전남지역 발생속도는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우려하는 수준으로 번졌다.

한 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계장관회의 및 코로나19 중대본회의’ 모두발언에서 “나주·곡성·영암 등 전남지역에 발생이 집중되고, 가족 또는 동일인이 관리하는 농장들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확인되는 등 지역 확산 위험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육시설과 긴 잠복기 등 방역에 취약한 오리농장에서 감염사슬을 끊어내지 않고선 산란계 농장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오리고기는 기호식품이지만 달걀은 필수식품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달걀(특란) 30개들이 한판당 소비자가격은 올가을 들어 국내 첫 발생일인 10월19일 기준 6470원에서 12월12일 기준 6740원으로 4%가 올랐다. 불안심리가 작용해 유통업체 재고 확보 수요가 가세한다면 가격은 언제든지 강세를 띨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방역당국은 축산계열화사업자에 대해서도 고삐를 죄고 있다. 현행 규정에는 계약사육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하면 관련 정부 보상금은 농장이 아닌 계열화사업자에 지원된다. 그런 만큼 책임성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계열화사업자가 계약사육농장에 방역 상황을 점검한 결과 미비점을 개선하지 않았을 때는 사업자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한 위탁사육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살처분 비용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계열화사업자가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황근 본부장은 11일 나주 거점소독시설과 전남도청 방역대책상황실을 차례로 찾아 “방역의 중요한 3대 축은 ▲신속한 정밀검사 ▲민관 합동 소독 ▲농장주의 방역수칙 준수”라면서 “가금 농장주는 ‘핵심 차단 방역 5대 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농민신문 1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