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해보다 철새가 국내에 많이 상륙해 AI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중수본)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제 집중 소독기간 운영 등 강화된 방역 조치 계획을 세우며 이를 농가와 축산 관계자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 AI 상황
11월 철새 143만 마리 도래
전년 동기대비 17% 급증
AI 발생, 전년비 22일 빨라
유럽·미국·일본도 발생 잇따라
중수본에 따르면 올겨울 AI 발생 위험도는 어느 해보다 높다. 11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많은 143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등 예년보다 철새가 많이 도래했고, 가금농장에서도 작년보다 22일 빠른 10월 17일 경북 예천군 소재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했다. 이후 12월 9일 기준 모두 39건(종오리 7건, 종계 3건, 육용오리 15건, 육계 2건, 산란계 10건, 메추리 1건, 관상조류 1건)의 고병원성 AI가 가금농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유럽 가금농장 발생이 총 2017건(1~11월)으로 지난해 동일 기간과 비교했을 때 40% 증가했고, 지난해 고병원성 AI 발생이 없었던 미국에서도 올해 46개 주에서 270건이 발생했다. 일본 역시 10월 이후 가금농장에서 총 25건이 발생, 이미 1년 전 수치와 같은 상황이다. 국내에선 올해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도가 높고 전국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어 방역조치가 미흡하거나 취약한 농장에서 개별·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그나마 다행히 신속한 방역조치로 다른 농장이나 지역으로의 ‘수평 전파’는 차단되고 있다.
# 방역 조치 계획
가금농가·단체·시설 소독 강화
계열화사업자 방역 책임 부여
고위험 지역·산란계 관리 힘써
12~1월은 겨울 철새가 1년 중 가장 많이 도래하는 반면 기온이 떨어지면 소독이 용이하지 않아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중수본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중수본은 기온, 철새 도래 현황, 철새 간 전파 양상, 항체 형성률 등 상황을 평가하면서 선제적으로 강화된 방역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 일제 집중소독기간 운영 및 검사·점검 강화=우선 중수본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소독을 강화한다. 중수본은 전국 가금농가와 관련된 단체·시설 등 축산 관계자의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바이러스 검출 급증, 농장 소독 2배 강화’란 캐치프레이즈를 마련하고, 가금 사육농장 내외부와 관련 시설, 차량 등에 존재할 수 있는 바이러스 오염원 제거를 위해 11월 23일부터 시작해 4주간 일제 집중소독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소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 및 농협의 가용 소독자원(총 955대)을 총동원해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와 가금농장 진입로 등을 집중 소독해 오염원을 제거하고, 산란계를 많이 사육하고 과거 발생이 많았던 16개 시군에 대해선 농장 희망 시 농장 외부 소독도 지원하고 있다. 집중소독 기간 392개 현장점검반을 통해 농가 특별 단속과 12월 5~18일 전국 가금농장 대상 일제 검사 등도 시행하고 있다.
▲축산계열화사업자 책임성 강화=축산계열화사업자의 계약사육농가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강구됐다. 계열화사업자가 사육농가의 방역관리를 위해 차단방역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용토록 했다. 계열화사업자가 사육농장에 대한 방역교육과 점검 미흡 시 부과되는 과태료를 상향하고, 방역 점검 후 미비점을 개선해 결과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것도 의무화 할 방침이다. 위탁사육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경우 살처분 비용을 지자체와 계열화사업자가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정황근 중수본 본부장이 11일 전남 나주 소재 거점소독시설과 방역대책 상황실을 방문, 방역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고위험 지역·산란계 관리 강화=농장 간 수평전파 차단을 위해 나주, 영암, 부안, 고창 등 고위험 지역을 사전에 발굴해 선제적으로 강화된 방역조치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청주와 미호강 지역에서 AI가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위험도 평가를 통해 살처분 범위를 확대, 조정한 바 있으며, 고위험 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하면 살처분 범위 등도 조정할 계획이다.
계란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산란계에 대한 방역 관리도 강화된다. 산란계 밀집단지(10개소)와 대형 농장에 통제초소를 설치, 출입 차량과 사람을 통제하고, 집중 소독을 실시 중이다. 타 산란계 농장으로의 수평 전파 차단을 위해 발생농장 방역대(10km) 내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의 경우 농장전담관이 농장별로 계란 상차와 환적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정부, 지자체, 농가 등 관계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는 등 최선의 방역 노력을 다하면 산발적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12~1월엔 기온이 낮아져 소독이 어려워질 수 있어 한파 관련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위험주위보를 사전 발령했으므로, 축산 농가가 자율적으로 농장 내 사람·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고압분무기 등 소독장비가 동파되지 않도록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농어민신문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