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인 한우고기를 중심으로 올해 축산분야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한우고기는 올해 몽골 수출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국내 가축질병 발생으로 수출에 제약이 뒤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축산분야의 전반적인 수출 확대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접근과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한우, 지난해보다 18.7% 늘어
2015년 12월 홍콩시장에 첫 진출한 한우고기는 올 들어서만 수출 누계 물량이 지난 8일 기준 4만1633kg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 이상 수출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몽골로의 수출도 처음으로 시작돼 약 3.8톤이 수출됐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한우자조금)에 따르면 2017년 5만7061kg을 수출하면서 프리미엄 소고기 수출의 신호탄을 알린 한우고기 수출은 이듬해인 2018년 6만5245kg으로 수출 시작 1년 만에 15% 가까이 물량이 늘어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9년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국제물류 대란 등 대내외적 위기속에 지난해 수출물량이 크게 감소했다가 올해 다시금 회복세를 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우자조금 재원으로 홍콩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통해 한우 플랫폼 유입과 한우 인지도 제고에 이어 버스 정류장 광고 등 홍콩 현지 대중교통 수단을 활용해 적극적인 홍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 6일부터 8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2022 홍콩 레스토랑 앤 바, 고메아시아’ 박람회에 부스를 마련한 한우자조금은 총 1400여명의 관람객이 한우부스를 찾았다고 밝혔다.
민경천 한우자조금 위원장은 "케이(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먹거리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K-푸드의 대표주자인 한우 수출량 확대를 위해 홍보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업계의 노력에 힘입어 냉장으로만 가능했던 한우고기 수출은 냉동까지 확대되고 있다. 2016년 수출을 위한 한우고기는 냉장상태로만 수출한다는 규정이 개정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주요 수입국인 홍콩에서는 한우 냉동육에 대한 요청이 있어 왔다. 2017년에는 한우 고급부위(등심, 안심, 채끝)는 냉장으로 수출하되 일부품목(정육, 뼈 등)은 일시적으로 냉동이 허용되기도 했었다.
한우수출업체들과 한우생산자단체 등으로 이뤄진 한우수출분과위원회에선 올해 수출 관리규정을 개정하고 수출을 냉동육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황재택 한우수출분과위원장은 “기존 한우 수출대상국에 현재까지는 냉장육으로만 수출이 이뤄졌지만 냉동육을 요청하는 현지 수입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출국 다변화와 한우 수출활성화를 위해서 말레이시아의 경우 한우 냉동육에 대한 규정 개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우 수출 초기, 홍콩내 과당경쟁과 저품질 육류의 공급 등으로 지속적인 한우수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수출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지 수입업체의 한우고기 품질 불균형에 대한 민원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냉동수출이 가능해지면서 냉동의 시기나 온도에 따라 품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우고기를 수출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인증 수출작업장은 많은데 실제 수출이 이뤄지는 작업장은 적어 이에 대한 정책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품질 불균형과 경쟁국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는 수출가격, 미흡한 한우 브랜드 홍보로 현지에서 한우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아 이들 문제를 해결할 보다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산 우유, 중국 수출량 감소...미국 분유 대란 새로운 기회
우리나라 우유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 일환으로 수입품에 대한 검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우유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가별 유제품 수출량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순이지만 중국이 수출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지난해 유제품 전체 수출량 1만9326만 톤 중 중국에 수출된 물량은 1만4289만 톤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중국 수출량이 많은 이유는 신선제품인 우유의 유통기한이 짧아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 수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내 한국 유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이고 동남아에 비해 구매력도 있어 국내 유업체들이 중국 수출 공략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검역 조치 강화로 유통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우유는 멸균유가 아닌 살균유로 유통기한이 15일 정도로 짧은데 최근 중국이 통관 절차를 강화하고 있어 그마저도 짧은 유통기한이 줄어들고 있다”며 “통관 절차 강화로 소독에 하루를 소비하고 내륙 이동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내륙 유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 수출할 수 있는 지역이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인해 국산 우유가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국내 유업체 수출 담당 관계자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우유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현지에서는 일본 제품과 품질이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는 같은 값이면 이왕이면 가격이 저렴한 일본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요인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갈수록 좁아지는 한국 우유의 입지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유업체들은 신시장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유제품은 중국으로만 수출했지만 최근 들어 베트남, 말레시아 등 동남아까지 시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면서 “동남아 국가에는 멸균유를 수출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에서 저렴한 유제품들이 유입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동남아 외에도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유아용 조제분유 대란을 두고 국내 업체에서는 미국 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분유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애보트사 분유를 섭취한 영유아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해당 제품이 리콜되고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해 분유 대란이 일어났다. 이에 미국에서는 조제분유에 대한 수입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이를 두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거래선 발굴의 어려움과 우리나라 제품의 인지도 부족으로 미국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업체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는 서양인보다 체구가 작은 동양에서 만든 분유가 서양인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존재해 판로 개척에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 인식 제고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산 닭고기, 고병원성 AI 관건
닭고기 수출량은 고병원성 AI 발생 동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고병원성 AI 발생량이 증가함에 따라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검역·위생 조건이 강화되면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수출되는 육계의 종류는 주로 삼계탕과 노계(산란계, 종계)가 주를 이룬다. 수출용 삼계탕의 경우 열처리된 레토르트 제품이라도 고병원성 AI 발생 여부에 따라 수출이 제한되고 있다.
삼계탕은 2016년 6월 중국 초도수출을 시작한 이후 2017년 AI 발생으로 중국 수출이 일시 중단됐다가 10개월 만에 수출이 재개됐지만 현지 생산제품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매년 발생하는 AI 때문에 삼계탕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삼계탕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음식도 아니고 국내 수요도 어느 정도 있어 국내 업체들이 삼계탕 수출에 큰 장점을 못 느끼고 있는데 이마저도 AI 발생으로 검역 조건도 까다로워 수출하려는 의지가 꺾이고 있다”고 말했다.
닭고기의 경우 노계를 중심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위주로 수출량이 꾸준히 증가되고 있다. 최근 AI 발생으로 유럽산 닭고기 수입이 제한되면서 국내 닭고기 수출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닭고기 수출업체 관계자는 “노계는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중요하다”며 “최근 환율도 좋고 AI 발생으로 유럽산 닭고기 수입 제한으로 국내 닭고기 단가가 좋아져 지난해 수출량 증가와 함께 닭고기 단가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 돼지고기 수출 확대 노력 중
우리나라 돼지고기 수출은 구제역과 ASF 등 질병으로 인해 열처리제품과 밀폐용기에 넣은 것 등을 포함한 돼지고기 가공품만 수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홍콩을 비롯해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통관기준으로 5868톤이 수출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6.4% 감소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축산물 특성상 국내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등 가축질병 발생 상황에 따라 수출협상이 제한될 수 있는 가운데 돼지고기와 관련해 국가별로 보면 중국은 열처리 돼지고기, 베트남은 돼지고기, 열처리 돼지고기, 돼지(종돈), 홍콩은 돼지, 미국은 열처리 돼지고기, 태국은 돼지부산물, 열처리돈육, 멸균식육가공품, 라오스, 러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멸균식육가공품, 미얀마는 열처리 돼지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장에서 수출 요구가 커지면서 수출 가능국과 품목 확대가 필요한 상황인데 돼지고기 냉장육과 냉동육과 관련해 태국의 경우 2018년 1월까지 제주도산 돼지만이 수출된 이력이 있어 돼지고기와 부산물에 대한 품목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은 뒷다리(3mm), 콩팥, 위 등 돼지고기와 부산물에 대한 품목확대가 필요하다.
# 반려동물 사료 수출 31% 성장
지난해 반려동물 사료수출금액은 8800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31% 성장하며 사료업계에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수출금액은 집계 전이지만 사료업계는 지난해를 뛰어넘는 수출실적으로 매년 반려동물사료 수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1294만 달러에서 6년만에 7배 이상 늘어나며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려동물사료는 특히 배합사료가 대부분 해외 곡물시장에 원료를 의존하는 것과 달리 쌀 가루 등 일부 국내 원료를 사용하는 등 부가가치도 높은 산업으로 분리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반려동물 사료 수출 상위 5개국은 일본 2600만 달러, 태국 1800만 달러, 호주 1300만 달러, 베트남 1300만 달러, 대만 900만 달러 등이 차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품질에 대한 기준이 비교적 까다로운 일본이 수출 상위국가라는 점을 매우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사료의 품질과 수준이 어느 정도 해외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합사료업계에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해 해외 법인에서 독자적 영업을 펼치는 경우는 많지만 완제품을 수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최근 반려동물사료 수출이 늘어나면서 내수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국내 사료업체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 단미보조사료 수출, 최고수출금액 ‘거듭 갱신’
매년 수출물량을 늘려가고 있는 단미보조사료는 올해 최고수출금액을 또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까지 단미보조사료 수출물량은 16만6864톤으로 3분기까지 이미 2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수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하면 또 한번 역대 최고수출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 1억2353만9000달러를 수출한 것과 비교하면 4년여 만에 수출금액이 두배 정도 뛴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단미사료 주요수출 품목인 어분의 수출량이 2018년 대비 70%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양식업이 발달한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매년 어분과 관련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을 전망이다.
단미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미보조사료의 과거 수출국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일본, 대만 등 신흥 수출시장이 열리고 있어 향후 수출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며 “남미와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단미보조사료업계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농수축산신문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