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류 폐사 잇따라 물가 비상

미국 칠면조·달걀값 ‘사상최고’

유럽·영국도 최악 위기 시달려 

프랑스는 실내사육·방목 금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지구촌 전체가 역대 최대급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닭·오리·칠면조 등 가금류 폐사가 이어지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세계인의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는 미국 농무부(USDA)가 11월24일 발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AI로 인한 가금류 피해가 역대 최악이었던 2015년 기록을 이미 넘어섰으며, 이에 미국 내 칠면조 고기와 달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서부의 왕란 도매가격은 AI로 이미 올해 3월에 12개당 3달러를 넘어서며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100%가량 상승한 바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 4달러 넘게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액체 달걀 등 달걀 가공품 가격 역시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영국도 고병원성 AI로 최악의 가금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일부 서유럽 국가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칠면조 부족 사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에서 두번째로 큰 가금류 생산국가인 프랑스는 올해 사상 최악의 AI 발생에 따라 방역 위험 수준을 ‘높음’ 단계로 올렸다. 이 단계에서는 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가금류를 실내에서 사육하고 방목을 금지한다. 영국 정부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영국 내 모든 가금류를 실내에서 사육하도록 조치했다.

AI 전파로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유럽 내 일부 슈퍼마켓은 고객에게 달걀을 배급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식료품 유통업체인 아스다는 고객이 최대 달걀 두상자만 살 수 있도록 구매 제한을 뒀다. 또 크리스마스 등 명절을 앞두고 칠면조·닭고기·달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주요 유통업체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전문가들은 올해 고병원성 AI 탓에 가금류뿐만 아니라 80여종의 조류가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가축전염병을 연구하는 무니르 이크발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야생 조류가 올해 AI로 죽었다”며 “특히 바닷새의 피해가 큰데 스코틀랜드에서는 갈매기 개체군의 40%가, 그리스에서는 2000마리의 달마시안 펠리컨이 죽었다”고 밝혔다.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AI 인체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홍콩건강보호센터(CHP) 보고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시성 출신 여성은 살아 있는 가금류에 접촉했다가 9월22일에 증상이 나타났으며 약 한달 후인 10월18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10월 이후 20건이 넘는 AI 바이러스가 발견돼 2년 연속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에선 지난해 전국 현 가운데 3분의 1이 피해를 본 바 있다.

이연경 기자

<농민신문 1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