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항고 전원 일치 ‘기각’ 
육계협, 12억 납부 집행정지로 
수년 이어질 법정공방 부담 덜어

‘업계 담합-수급조절 행위’ 쟁점
정황근 장관 “명백한 수급조절”
여야 의원들도 “가격담합 아냐”

대법원 판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닭고기 가격담합을 주도했다며 한국육계협회에 부과한 12억 원 규모의 과징금 납부가 최종 유예됐다. 육계협회가 일단 한숨 돌린 가운데, 결국 업계 간 담합이냐, 정부 주도로 이뤄진 수급조절 행위냐를 둘러싼 장기간 법정 공방에 따라 이번 사태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 1일 공정위가 육계협회에 대해 과징금 납부 유예 등 시정명령 취소를 인정해준 고등법원 결정에 반발, 재항고한 집행정지 건에 대해 최종 기각 판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피신청인이자 재항고인인 공정위에 대해 “재항고를 기각한다. 재항고 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고 주문을 내렸다. 대법원은 주문 이유에 대해 “이 사건 재항고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그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같이 주문,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6일 서울고등법원은 육계협회가 제출한 닭고기 담합 과징금 12억 원 납부 등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공정위가 반발, 재항고했지만 1일 대법원에서 육계협회 손을 들어줘 일단 협회는 적어도 수년 이어질 재판 기간엔 과징금 부담을 내려놓은 채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됐다. 12억 원의 과징금은 협회엔 존폐가 걸릴 정도의 부담을 토로하는 금액이었다. 법원에선 이번 가격담합 건이 다툼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담합과 수급조절 행위였느냐’ 사이에서 이제 재판이 막 개시된 시점에 재판에서 육계협회는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에 의거, 정부(농림축산식품부) 주도에 따른 명백한 닭고기 수급 조절행위였다는 점을 강하게 알릴 방침이다. 1%도 되지 않은 육계업체 영업이익률, 다수 육계업체 간 경쟁 구도, 계열화 중심의 육계산업 특성 등 담합이 될 수 없다는 명백한 근거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핵심 쟁점인 담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관건은 농식품부의 개입 또는 관여 여부 및 그 비중이다. 공정위가 가격담합이라고 본 수급조절 행위가 농식품부의 지침에 의거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정위가 가격담합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금업계는 농식품부에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공정위가 가격담합으로 본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 회의 등에 참석한 농식품부 담당자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닭고기 수급조절 조치를 시행했는데 공정위 가격담합 조사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 결정 이후 농식품부가 대외적으로 가격담합이 아닌 수급조절 행위라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번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공정위 조사 발표 이후에 벌어진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 장관이 업계 간 가격담합이 아닌 ‘명백한 닭고기 수급조절 행위였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닭고기 수급조절 행위를 가격담합으로 보지 말라고 당부한 것도 재판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지난 1일 공정위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최승재 국민의힘(비례) 의원은 한기정 공정위원장에게 가격담합이 아닌 닭고기 수급조절 행위였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과징금 납부를 유예해준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사실상 이제 재판이 진행되며 공정위와 지루한 법정 공방에 들어가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정당한 닭고기 수급조절 행위였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릴 것이고 그런 근거자료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정황근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한 것처럼 재판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이번 재판은 닭고기산업의 존폐가 걸릴 정도의 중대 사안으로 자칫 우리가 패소하면 다수의 국내 닭고기업체들이 위축되고 이는 결국 수입산 범람 등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인 국내산 닭고기산업이 무너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농어신문 1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