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금융컨설팅 현장을 가다] (4) 이재훈 늘봄농장 대표
창농 욕심에 “길게보자” 조언
때 기다려 육계 스마트팜 매입
지속가능 축산업 성공적 출발
‘동물복지 농장’ 인증 새 목표
장거리 경주에 출전한 선수의 속도 조율을 위해 함께 뛰는 보조자를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라고 부른다. 경기 초반부터 의욕에 앞서 너무 빨리 달려 일찍 체력을 잃어버리는 일을 막는다.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의 농업금융컨설팅은 수십년을 바라보고 농가 경영에 뛰어든 농민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창농 초기 튼튼한 기반을 잡아 오래 경영할 수 있도록 농민의 자본과 역량을 고려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새내기 축산경영인 이재훈 대표(23)는 최현호 농협은행 농업금융부 차장(컨설턴트)을 만나 육계 스마트팜인 ‘늘봄’을 열고 성공적으로 창업 출발선을 통과했다.
“부모님이나 친척이 축산업을 해 조언받을 곳이 많았던 친구들과 달리 승계농이 아닌 저는 농협은행의 농업금융컨설팅이 절실했습니다. 최 차장님 덕분에 학생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업가다운 관점을 기르고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소문난 축산 영재였다. 어릴 적부터 동물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이 대표는 초등학생 때 달걀을 스스로 부화시킨 일화를 소개하며 경남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 축산과에 입학한 동기를 설명했다.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대상의 농산업분야 경진대회에서도 상을 휩쓸며 착실히 축산경영인이라는 꿈을 키웠다.
대학교 또한 한국농수산대학교 가금과에 진학했다. 1학년을 마치고 이 대표는 돌연 휴학을 선택했다. 창업을 하기엔 실무 지식이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전북 고창의 한 육계농장에서 1년 동안 무급으로 일하며 사양관리와 농가 경영에 대해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이 대표와 최 차장이 처음 만난 것은 한농대 농업정책자금 특강에서다. 농협은행 농업금융부는 매년 한농대를 찾아 농업정책자금에 대한 주제로 강의하며 재능기부를 한다. 졸업 전 창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던 이 대표는 특강을 한 최 차장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창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대표는 3학년을 마칠 무렵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창업할 계사 매입에 돌입했다.
“스스로 졸업과 함께 창업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앞섰어요. 졸업 전 1년가량 10개 이상의 계사를 돌아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죠.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에 한 비닐하우스 계사를 매입하려던 찰나 최 차장님의 조언으로 이를 고사하고 좋은 농장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결국 최 차장님의 도움으로 지금의 농장을 만났습니다.”
이 대표가 최 차장으로부터 본격적인 농업금융컨설팅을 받은 건 올 3월이다. 최 차장은 올초 2018년부터 컨설팅을 해온 한 육계농가에서 스마트팜 일부를 내놓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 대표를 떠올렸다. 그는 “앞으로 30년 이상 축산 경영을 할 이 대표는 당장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영농 초기 탄탄한 기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스스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 매입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전북 남원에서 육계 스마트팜 늘봄을 차리며 터를 잡을 수 있었다. 자금은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매입자금)’을 통해 충당했다. 3377㎡(1021평) 규모의 늘봄은 한번에 9만마리의 닭을 키울 수 있다. 계사 밖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시설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농업금융컨설팅은 농민 혼자 개척할 수 없는 인적 네트워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역 연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 차장님의 중개를 통해 큰 난관 없이 육계 스마트팜 매입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길게 보고 사업하자’는 최 차장님의 조언을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이 대표는 올 10월 첫 입식을 앞두고 있다. 최 차장과 이 대표는 수시로 연락하며 사업 전개의 속도 조절에 집중하고 있다. 최 차장의 새로운 컨설팅 방향은 이 대표와 지역 축산경영인이 친목을 쌓고 정보를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도록 돕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스마트팜 시설을 꾸준히 고도화해 닭이 살기 좋은 농장을 만들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남원=이유리 기자
[ 농민신문 10월 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