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은 데다 지방층이 두꺼워 몸의 열을 내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쌓여 있고 땀샘 발달이 느려 역시 고온에 취약하다. 이렇듯 여러 축종 중 돼지와 닭은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에 유독 더 취약하다. 이에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둔 지난 8일 돼지와 닭의 불볕더위 피해 예방법을 알렸다.
돼지 소화능력 떨어져…사료에 대두유·우지 첨가를
돼지는 고온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포, 미생물 등 장내 환경이 달라져 영양소를 소화,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에, 사료 영양 수준을 조절해 먹이를 줘야 한다. 배합사료에 대두유(콩기름), 우지(쇠기름) 등을 첨가하면 사료 먹는 양과 일일 몸무게 증가량(증체량)을 높일 수 있다. 사료 조단백질 함량을 1~2% 낮춰주면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일 수 있다. 비육 돼지의 경우 사료에 비테인을 0.1% 첨가하는 방법도 있다. 비테인을 먹인 결과 스트레스 지표인 혈중 코르티솔 농도가 12% 낮았으며, 일일 몸무게 증가량은 6% 높게 나타났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선 사료가 쉽게 상하기 때문에 신선한 사료를 먹일 수 있도록 축사 내 먹이통은 매일 확인하고, 남은 사료가 있다면 주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또한 사료 저장고의 구동부, 연결관에 빗물이 들어갈 틈이나 구멍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사료 저장고에 흰색 단열 페인트를 칠하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돼지는 보통 사료 먹는 양의 3배 정도 되는 물을 먹지만 고온기엔 6배까지 늘어나므로 물을 충분히 마실 수 있도록 급수기 위치와 수압, 고장 여부 등도 매일 점검해야 한다.
조규호 축산과학원 양돈과장은 “고온 다습한 환경은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돼지의 면역력까지 약화시키므로 고온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닭 터널식 환기로 습기·열 제거…초당 2.5m 적당
고온에 취약한 닭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육계는 사육 밀도를 평소보다 10~20% 낮춰야 하고 산란계는 사료에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첨가해 먹이면 산란율 저하 등을 예방할 수 있다.
고온 환경에서 물 먹는 양이 늘어나는 닭의 경우 묽은 변으로 인해 깔짚이 축축해지고, 암모니아 등 유해가스와 열이 발생해 사육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 이에 축사 내부 습기와 열을 제거하려면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 터널식 환기는 축사 내부에 빠른 바람을 만들어 줘 여름철 환기 방식으로 적당하며, 공기가 흐르는 속도를 초당 2.5m 정도로 유지하면 닭의 체감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밀폐형 축사는 비교적 환기가 쉽지만, 닭이 공기 통로 쪽으로 몰리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개방형 축사는 연결식 환풍기를 설치하고, 높낮이 조절 커튼 주변의 방해물을 치워 공기 흐름이 원활하게 한다. 특히 여름철엔 전력 사용이 증가해 예기치 못한 정전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송풍팬, 쿨링패드 등 전기시설이 멈추면 온도가 급격히 높아져 폐사 같은 큰 피해가 발생하므로 비상 발전기를 확보해야 한다.
육계는 사육 밀도가 높으면 축사 내 온도가 오르기 쉽고 바닥까지 공기가 통하지 않아 깔짚이 마르기 어렵다. 이에 여름엔 사육 밀도를 평소보다 10~20% 낮추는 걸 추천한다. 산란계는 고온 스트레스로 영양소와 비타민 요구량이 늘어나 사료에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첨가해 먹이면 산란율 저하와 달걀껍데기 품질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김시동 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장은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철 불볕더위를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항상 날씨 예보에 관심을 갖고 농장 시설과 사양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농어민신문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