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자조금, AI 피해지역 내 ‘비발생 농장’ 실태조사 결과
대부분 계란 선별농장 외부 설치…차량, 농장 진입 차단
계란 운반 자체차량 이용…외부 접촉 직원 따로 분리도
농장 주변 수풀 우거져 조류·쥐 등 접근 용이…개선 과제
지난 겨울 국내 AI 발생 현황
이는 전년(2020~2021년 겨울 109건) 대비 58%, 산란계만을 살펴보면 67% 감소(42->15건)한 것으로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2016~2017년 겨울에 비해서는 무려 88% 감소(2016~2017년 겨울철 383건)한 수치다.
가금 살처분 규모도 이번 겨울철에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한 결과, 전년 대비 약 76.2% 감소(전년 2천993만4천수→713만4천수)했고, 2016~2017년 겨울(3천787만2천수) 대비는 81.2% 감소했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피해 감소의 원인을 지난해 10월부터 선제적으로 추진해 온 ▲가금농가 야생조류 예찰·검사 강화 ▲가금농가·축산시설 출입통제 및 소독·점검 ▲취약 축종·지역에 대한 방역관리 강화 등의 방역 조치가 축산농가의 자율적인 방역노력과 맞물려 효과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풀이했다.
매년 AI 피해 발생에도 ‘안전 지대’ 농가들 있다
이렇듯 피해의 규모가 작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가금농가들은 거의 매년 고병원성 AI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AI가 한번도 발생치 않았던 농가들도 있고, 과거 AI가 발생했었지만 이를 교훈 삼아 방역방법을 개선, 최근 몇 년 동안 AI 발생을 막은 농가도 있다.
AI의 발생원인이 철새인 탓에 100% 이를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철저한 방역으로 발생 확률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김양길)는 이같이 AI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AI가 발생치 않은 농가들을 발굴해 이를 토대로 우수 차단방역 사례를 분석해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고병원성 AI 방역 우수농가 사례조사’, 연구책임자 이경우 건국대 교수·김상호 케이애니웰 박사)을 실시했다. 산란계농가에 고병원성 AI가 주로 발생하는 충남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비발생 2개 농가, 과거 발생(2018년 이전) 5개 농가, 최근 발생 2개 농가 등 9개 농가(사육형태 : 케이지 7, 평사 2 사육규모 : 20만수 이하 중소규모)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 이들 농가들이 AI 발생을 막을 수 있었던 이유 들을 찾을 수 있었다.
비 발생 농가의 공통점
비발생 농가들의 위치가 철새도래지와 고병원성 AI 다발지역인 충남 아산지역에 위치했고 특히 일부 농가는 주변과 농장의 차단이 용이하지 않은 국도와 민가에 인접한 경우도 있어 지리적인 유리함이 AI 발생에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들 산란계농장들은 계란 선별장이 농장 외부에 별도로 설치돼 있어 계란 운반차량이 농장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농장 관리인력이 산란계 사육과 계란 선별·유통으로 구분돼 접촉을 통한 교차오염 발생위험이 현저히 낮았던 것이다.
평시에도 외부차량 출입차단을 위해 농장 자체의 계란 운반 차량만 농장을 출입 하도록 했으며, 외부인의 출입공간은 농장외부에 별도로 설치 하고 농장주는 철저히 닭 관리만 전담하고, 외부인과 접촉하는 직원을 따로 둬 분리했다.
조사 연구진은 “생산된 계란을 자체 차량을 이용해 운반하는 것이 비발생농장의 주요 특징”이라며 “외부차량과 외부인 진입을 최소화한 것이 특히 우수한 점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차단방역에 대한 경각심과 개선의지는 과거 발생농가에 비해 비발생농가가 낮았다. 아무래도 피해를 입었던 경험이 없어 시설 개선 등 추가적인 투자에 관해서는 소극적 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발생 농가 우수사례
과거 발생농가의 경우 차단방역에 있어 비발생농가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조사결과 차단방역 시설 개선과 실천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농장에선 외부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계란 운송차량 및 외부 차량의 농장 내부 진입을 최소화했고, 방문자의 출입 차단과 정문 소독 및 환복도 강화했다. 아울러 농장 출입 차량의 가축사육구역과의 동선 분리(계란, 계분, 사료)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차량과 출입자에 대한 정문 입구 소독 시설 및 방법을 개선해 차량통로 및 인접지역에 광범위하게 생석회 도포를 상시화 했고, 또 야생 조수 차단을 위한 방조망 설치와 구서(쥐잡기) 활동 강화, 전실과 후실의 신발 소독조 운영 및 신발 교체, 전용 환복 개선 등도 시행하고 있었다.
그밖에도 직원 교육과 방역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활용했고, CCTV 설치와 이를 이용한 방역점검도 실시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무엇보다도 과거 발생농장의 강점은 차단방역에 대한 경각심과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있어 방역 노력도가 높다는 것”이라면서 “농장자체 방역계획 수립이라던지 방역지식, 직원교육 특히 관제 시스템 활용과 실천 부분에서 특히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개선 사항
비발생 농가나 과거 발생 후 개선이 된 농가들에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없지는 않았다.
▲생석회 도포 위치 및 정도 ▲차량 소독시설 성능 및 분무시간 ▲이동통로 포장(콘크리트 등, 소독효과 극대화 위해) ▲물품(팔레트 등) 농장외부 세척·소독 ▲예외성 없는 소독 강제성 강화(입구, 전실 등) ▲구서활동 용이토록 주변환경 개선 등이 지적사항으로 거론됐다.
특히 대부분 농장 주변에 수풀이 우거져있거나 식재돼 있는 나무들이 있어 야생조수 및 쥐 등의 접근과 서식이 용이하기 때문에 환경개선은 농장 대부분에서 시급한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관련 시설이 갖춰져 있더라도 현재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성능에 의구심이 가능한 경우나 관리·운영 부분에서 더러 허점이 있었다. 특히 출입차량 소독시설 같은 경우 소독시간, 규격 등에 대해 정부차원의 명확한 기준 수립이 요구된다”며 “방역선진국들의 경우 야생조수뿐 아니라 파리와 같은 곤충도 AI 발생의 매개체로 관리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방역 선진국들의 AI 차단방역 규정 중 ▲차단방역 전문가에 의한 자체계획 수립 및 개선 ▲야생조수, 곤충, 설치류의 적극적 퇴치 ▲동물복지 농가의 AI 방역기간 내 사양관리 별도 운영 등은 보고 배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농장을 내집처럼 관리해야…
연구진은 “철새는 돌아오고 AI 바이러스는 꾸준히 가금 산업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때문에 차단방역의 가장 손쉬운 접근은 농장을 본인 집안에 들어가는 것처럼 절차를 지키는 것”이라며 “농장의 위치나 방역시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발생농장이 비발생 농장에 비해 시설과 노력이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것은 어느 한 순간 방심하거나 실수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살고 있는 생활환경처럼 항상 농장과 계사를 둘러보고 최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단방역의 첩경”이라고 덧붙였다.
계란자조금 김양길 위원장은 “고병원성 AI는 겨울마다 철새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재해다. 특히 올해는 동물복지 강국으로 알고 있는 유럽에서 아직도 발생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 농가들도 아직 긴장을 늦출 상황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소개된 우수 방역농가 사례를 참고해 AI가 완전히 종식될때까지 농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차단방역에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