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 강 건너 불구경하면 발등의 불

ASF 발생 한달 만에 돼지 15만마리 살처분 

구제역·고병원성 AI 2010년 이후 발생 지속 3조7000억원 피해 

가격 폭락·폭등 일으켜 식탁물가 뒤흔들어 

낙타 등 원인인 ‘메르스’처럼 일부는 사람에 영향 방관하면 피해 확산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날마다 대책회의를 하고, 언론은 지겹도록 기사화하며, 농가와 일반 국민도 대책을 내놓으란 집회를 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다. 가축전염병이 우리 삶에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뭘까.

가축전염병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전파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위험하다. 이를 막고자 정부는 과감한 방역조치를 취한다. 그렇게 해도 막막할 때가 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한달 만에 돼지 15만여마리를 살처분한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ASF뿐만 아니라 그간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져온 경제·사회적 피해도 상당하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구제역은 8차례, AI는 7차례 발생해 살처분 비용으로만 3조7461억원이 들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년간 사회재난 피해액 중 약 80%(2조8000억원)가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축전염병은 피해규모만 천문학적인 게 아니다. 고기값 폭락이나 폭등을 가져와 소비자 식탁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국민 간식이라는 치킨이 2만원대 ‘치느님(치킨+하느님)’이 된 데도 2017년 AI의 영향이 컸다. 2016년 4월 생체 1㎏당 1700원대였던 육계 산지값은 그해 겨울 AI가 발생하자 2017년 3월 269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에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업계 1위였던 BBQ가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치킨값을 크게 올리면서 2만원대 치킨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부 가축전염병은 사람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한국은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를 통해 결핵·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일명 광우병) 등 10종을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가 2015년 한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낙타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새로 나타나는 감염질환의 75%가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한다. 가축전염병을 절대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농민신문 10월 23일>